새로운 아트위키를 열었습니다.

김도명/평론(이남의)

(구)아트위키, 한국어판 창작아카이브

지난 4월 6일부터 19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김도명의 세 번째 개인전「봄날-초록의 꿈을 꾸다」가 열렸다. 우연히 그의 전시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려서 전시장을 지키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마구 물어봤는데 마치 본인의 작품인 것처럼 너무 상세히 설명해 줄 때 눈치챘어야했던 건가? 전시장을 나가려는 나에게 그가 “저, 싸인 해 드릴까요?”하고 말할 때에서야 ‘아, 이 사람이 작가였구나.’ 하고 깨달았지만 원래 알았던 척 싸인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갔다. 사진기자와 함께 국민대학교로 그를 만나러 갔다. 후배들의 작업실 한 쪽에 그의 공간이 있었다. 이렇게 조용한 표정의 그에게 과연 오늘 많은 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살짝 긴장됐다. 작업실 한 켠에는 전시장에서 봤던 그의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매력적이었던 그의 3번째 개인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환경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고 현대 권력에 대한 비판과 반성도 하려고 했어요. 작품「초록을 꿈꾸다」는 남성 1명과 여성 4명의 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여성들보다 남성을 더 크게 그려서 가부장적인 힘을 비판했어요. 페미니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까요.예전에는 권력과 힘이 총과 칼에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담고 있는 것은 진실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책과 신문 등을 잘라 풀을 심었어요. 책 선정에도 기준이 있는 것 같았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작품 「붉은 서랍」에 쓰인 책은 의학 서적인데요. 어떤 사람이 칼을 들이대면서 ‘배 좀 갈라봅시다’라고 하면 기겁하겠지만 만약 의사가 수술을 하겠다고 칼을 들면 응하지 않겠습니까? 명확한 진실 규명 없이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을 경계하는 작품이지요. 또 ‘서랍’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서랍이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보관하는 곳인 것처럼 정보도 그것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인 풀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작품을 보고 작업 과정이 궁금했다. 작업 과정을 물었다. 제본에 사용하는 작두를 사용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사용한 도구는 면도칼 하나 뿐!집중하면 자리를 안 뜨는 편이거든요. 저는 창조는 노동에서 온다고 믿어요. 반복적인 행위(예를 들면 면도칼로 책을 긋는) 안에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그런 것이 작품이 작가에게 주는 행복이죠. 면도칼로 책을 자른 후에 풀을 길러도 물이 새지 않도록 에폭시라는 화학재료를 발라요. 그리고 흙을 넣고 씨앗을 뿌리는 거예요. 보통 채소를 많이 키우고 허브나 화초도 심어요. 가느다란 줄기들과 가냘픈 이파리들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전시를 본 당시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들어와서 마구 떠들며 뛰어다니던 것이 떠올랐다. 작품 둘레로 줄을 치지도 않은 탁 트인 전시 공간이라 작품 훼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물었다. 관람객들이 ‘이런 곳에서 풀이 자라는 구나!’하고 감동하죠. 제가 원하는 것은 전시를 보고 나간 사람들이 길 주변에 자란 풀을 보고도 전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감동하는 것이에요. 말로 하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생명의 경이로움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지난 전시 때에는 관람객들에게 씨앗을 나눠줬어요.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들도 많았고 작품 훼손도 많아서 전시 막바지에는 줄로 막아뒀어요. 제가 갔을 때도 어린이들이 많이 왔던데요. 네, 어린이들이 풀을 만지고 작품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부모들이 일차적으로 통제를 해야 하는 건데. 어린이들뿐만이 아니죠. 물론 작품을 순수하게 느껴주는 건 고맙지만 어디까지나 전시물이니까. 아무래도 아직 관람객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죠. 아, 네. 제가 공연 스텝으로 일한 적도 있었는데 휴대폰을 절대 안 끄는 사람들이 있다니까요.그의 속상한 마음이 전해져왔다. 그러나 그가 작품 몇 개를 직접 보여주고 만져보도록 허락하자 나도 금세 흥분해 버렸다. 관람객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렇지만 아무리 좋아도 역시 만지는 건 안 됩니다!요즘은 국민대학교 홍보팀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안정적이긴 하지만 작업을 정말 하고 싶어요. 작업을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택시 운전을 한 적도 있는데요, 하하.저는 규정지어지고 싶지 않아요. 이를테면 풀 작가, 페미니즘 작가 같은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제 작업의 큰 맥은 타자를 통해 나를 찾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비 예술가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예비 예술가들이 아니라 지금도 예술가들이죠, 하하. 저도 ‘선배’라기 보다 학교가 아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누구나 원하는 길을 가다가 힘들 때가 있을거예요. 제가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미술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와 싸운 일, 학원비 벌려고 배를 탔던 일. 하하, 그런 시절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가장 원했던 걸 하고 있잖아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거죠.그리고 무엇인가를 할 때 열심히 최선을 다 하되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네요.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기어코 우리를 학교 주변 식당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사 먹이고 말았다. 왠지 선뜻 따라 나서기가 좀 어려웠는데 말이다. 그가 사진 찍는 일을 한다는 말을 할 때부터 잔뜩 긴장해버린 사진기자와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에 역시 긴장한 나는 따뜻한 밥이 들어가고서야 경계를 푼 것이었는지? 오히려 김도명씨는 처음부터 따뜻하게 마음을 열었는데도. --이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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