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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명/평론(유정아)

(구)아트위키, 한국어판 창작아카이브

작가 김도명의 전시공간은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이 전시를 위해 작가는 몇 개월 전부터 정성스레 흙을 고르고 그 속에 싹을 심고는 마치 처음으로 꽃씨를 심은 어린아이처럼 조바심과 기대감으로 설레었으리라.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한 작가의 전시장을 찾아와 곳곳에 숨어있는 여린 싹을 보는 관람자들에게 또한 그것은 아스팔트도로의 빈 곳을 뚫고 솟아오른 초록 풀잎을 발견하는 기쁨이다. 그의 작품을 이루는 요소는 한결같이 ‘책(신문),흙, 씨앗’이 전부이다. 씨앗은 책 속에 담긴 흙 안에서 발아하고 뿌리를 내린다. 김도명의 작품에는 이렇게 ‘생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간 속에서 생명을 지니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단단해 보이는 책(신문)도 서서히 그 빛을 바랜다. 아마도 작가는 식물과 책이라는 두 존재를 설정해 두고 그 가운데에 흙이라는 매개항을 넣음으로써, 흙으로부터 성장하여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식물)과 이제 서서히 흙으로 돌아가 이 세상에서의 존재를 마감해 가는 것(책과 신문)의 상이한 속도감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이러한 두 존재의 대비는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문자언어를 통해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문자를 강조함으로써 관람자에게 끊임없이 언어를 통한 의미전달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牙)아(我)>에서는 옥편의 중앙에 공간을 마련해 씨앗을 심었는데, 거기에서 작가는 芽와我, 그리고 제목에는 없지만 峨라는 한자에 붉은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어 놓음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마찬가지로 소학사전을 펼쳐놓은 <book-왈(曰)>의 작업에서는 有와 無, 그리고 前과 後가 강조 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문자를 지움으로써 특정 글자를 취하기도 한다.붉은 색으로 밑줄을 그음으로써, 혹은 문자를 지움으로써 특정글자를 취한 문자언어들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갤러리라는 공간으로 끌어들여 문자언어와 배치하는 작가의 작업은 중국 현대미술가 쉬빙(Xu Bing)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쉬빙의 작업 <누에 시리즈>는 누에가 책, 신문, 노트북컴퓨터 위를 기어 다니면서 면주실을 잣는 과정을 전시기간 내내 보여주었다. 쉬빙의 작품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에가 잣는 그 명주실에 의해서 신문이나 책이 전하려는 문자나 정보는 계속해서 감추어져 관람객들은 더 이상 그것을 앍을 수 없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빈 페이지에 누에가 알을 낳고 그 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남긴 흔적들이 어떤 무늬를 새기면서 마치 정보가 가득한 한 페이지의 책처럼 거짓 정보를 만들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작업은 쉬빙이 문자를 해독하려는 관람자의 시도를 좌절시키면서 문자와 자연의 경계를 탐색해나가는 기존 작업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반면, 김도명의 작업에는 작가가 문자정보에 기대는 믿음이 존재한다. 작가는 적극적으로 문자를 이용하고 이를 제시함으로써 문자정보가 가진 리얼리티의 힘을 믿는 것 같다. <Real>이라는 작품 속에서 관람자는 작가가 펼쳐놓은 사전 속에서 붉은색으로 밑줄 그어진 ‘real' 이라는 단어를 찾아 'a. 진실한, n. 실물 혹은 실체’ 라는 뜻풀이를 자연스럽게 따라 읽게 된다. 2004년 작품 <美 조정검토>에서는 아마도 미국과 한국과의 어떤 외교적 관계를 다룬 내용이었을 신문의 톱기사(한국일보 2004년 6월2일자)는 그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작가에 의해서 ‘美 조정검토’라는 글자만이 남았다. 신문에서 ‘미국’을 뜻했던 한자어 ‘美’는 갤러리라는 공간 속에 자리잡은 이 작품에서 ‘아름다움(美)’을 뜻하도록 의미가 달라졌다. 즉 작가는 한편으로는 유/무, 전/후, 자연/인공이라는 이분법의 경게를 제시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美에 대해서 다시 조정하고 검토해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수수께끼처럼 가볍게 그러나 동시에 진지하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도자기 화분을 연상시키며 책의 한 가운데를 비우고 채워진 <화합>과 붉은 표지의 책들을 세워놓고 중간을 부분을 잘라내어 만든 식물의 형상 <book-붉은 서랍>은 마치 도심의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줄지어 늘여놓은 일련의 화분들처럼 인공적이다. 화분은 자연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분은 전적으로 인간을 위해서 인간의 공간 속으로 들어온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어떻게 구분되겠는가. 그것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연 속에 뿌리내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소멸하면서도 자연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인간의 비좁은 시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김도명의 작품 속에서 단순히 갤러리의 한 구석을 장식하는 인공적인 자연이 아니라 자연과 그 속에서 깃들여 사는 인간들의 삶이 이루는 아름다운 공생을 보고 싶다. --유정아(영 아티스트 필자공모 당선자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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