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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명/평론(최정은)
오뉴월, 초여름의 경계에서 내리는 여름비는 새초롬한 봄비보다 훠얼 수줍음이 많다. 다소 여리고 차분한 모습으로 내려와, 대지에 기꺼이 무릎을 맞대고 입맞춤을 한다. 그녀의 입맞춤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어느덧 나무와 풀들은 그녀를 맞이하며 초록의 입김을 내뿜어 싱그러운 공간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 듯 허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에 조심스레 한 발자국 내딛고 들어와 명상의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정화시키다보면....... 문득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가 한명 있다.그가 바로 작가 김도명이다.수줍고 차분한 ‘여름비’같은 느낌을 주는 그를 처음 만났던 곳은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에서였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열렸던 그 전시는 마치 도심 속 작은 정원을 연상케 했는데, 그 작고 아담한 정원에서 내뿜는 초록의 아우라는 전시장은 물론 그 주변일대가지도 맑게 정화하는 하나의 산소공급기 역할을 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시공을 초월하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자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를 두고 있었다는 것은 비단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전시장을 방문하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깊은 감명을 주었으리라!김도명의 작업관은 인간이라면 사유해야할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오랜 시간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적물음에 대한 해답을 쫒아 스스로의 존재론적 확인이라는 차원에서 작업을 진행을 하는데, 확실히 그의 작품을 보면 작업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유의 시간을 할애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하다. 자신의 자아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경외감을 가지고 접했던 대상으로 ‘생명’을 선택,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생명의 중요성을 작품구성요소 1순위로 꼽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나와 네가 모두 생명체이고 공동운명체이기에 주체와 객체간의 ‘소통성’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생성과 소멸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성(과정성)’에 주목한다.그의 작업에서 가장 주된 오브제는 식물이다. 작업과정 역시 씨앗을 고르고, 그것을 심고, 정성스레 물주고 햇빛주어 길러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단지 작가적 의도에 따라 그 식물이 자라는 화분이 바뀔 뿐이다. 겹겹이 쌓여진 신문지, 혹은 의학서, 때론 사전 등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노력으로 하나하나 재단을 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 수공의 노력의 결실에 “와 ! 대단하다 !”라고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자면 작가의 숨은 의도는 자칫 감춰질 수 있다. 왜 신문일까? 책일까? 그 공통의 속성은 바로 문자, 즉 언어가 표상하는 어떤 기호체계를 담고 있는데, 여기서 작가는 문자가 가지는 이중적 한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 문자로 어떤 것에 대해 규정지을 때, 그것은 진실, 거짓의 참 여부를 떠나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한 사회구조의 모순과 편협함 속에서 염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작가 김도명은 자아에 대한 진지한 사유, 작업과정에서의 끊임없는 노력, 작품의 조형미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최정은(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