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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명/평론(전원길)
(구)아트위키, 한국어판 창작아카이브
김도명의 작업은 수작업으로 수조를 만들고 그 위에 영상을 통해 인생사의 한 토막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손작업은 골판지를 점점 크게, 점점 작게 자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포장재로서의 기본 쓰임에서 변용되어 하나의 그릇으로 바뀐 공간 안에 물을 담고 개구리밥이라고 불리는 작은 수초들과 풀잎들을 담는다.
종이와 물의 만남은 부적절한 만남이다. 비록 방수 처리가 돼 있다고는 하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뭇 염려스러운 긴장감을 갖게 한다. 이 긴장감은 물과 수초 위를 헤엄치는 두 마리 물고기의 어긋난 인연이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상의 흐름 내내 함께 한다.
그의 작업은 원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 자연현상을 재현해내는 영상 작업과 손을 이용한 인간의 기본 조형 방식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는 처음에는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형태도 색도 변한다. 나는 작가 김도명이 꽤 오랫동안 종이 작업을 지속하는 이유가 종이가 갖는 이 불완전한 재료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종이 작품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요소인가?
이번 비엔날레 작업에서 김도명이 보여주고 있는 물고기 영상 작업은 그가 구성한 두 마리 물고기의 이야기와 아울러 시간성을 전제로 한 영상 매체, 그리고 느리지만 인간의 관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종이의 수명과의 조합이 주는 그 구조적 관계성으로 인하여 더욱 흥미롭다. --전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