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트위키를 열었습니다.
김도명/평론(박제성)
김도명의 작업은 ‘시간과 기억’이라는 불가분의 개념. 즉 ‘기억을 통하여 시간을 인식한다’는 명제에 대해 작가 자신의 경험적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작가에게 있어서 기억이란 단순히 직선적 과거의 퇴적물중 일부가 아니라 자신을 존재케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그는 수많은 기억의 편린속에 가려지지 않는 절대적인 ‘경험’을 토담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대변함으로서 작가의 존재-과거로부터의-를 설명하고자 하였다.그에게 있어서 토담이란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며 자신을 지켜주는 자양분의 저장고이다.가장 근본적이고 많은 기억들을 함축할 수 있으리라 믿어지는 흙이라는 매체는 작가에게 있어서 단순히 과거를 회상케 하는 채워진 그릇이 아니라 그것을 통하여 새로운 기운을 얻고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라는 의문을 해석해서 채워야만 하는 비워진 그릇으로 남는다.그러한 관점에서 그의 새로운 작업 ‘흙으로부터 피어나는 새싹’(편의상)은 작가의 진솔한 탐구자세가 엿 보인다.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방을 들어서면 후끈한 온기와 생명의 냄새에 의해 무언가 진행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냘프게 피어나는 새싹의 몸부림은 우리 인간의 군상들처럼 현재의 삶에 기억을 더하여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듯, 반복되어지는 시간과 기억의 연속선상에서 새로운 기억을 잉태하고 그에 따른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을 분만하는 끝없는 변증법적 작업이 사뭇, 시작을 알 수 없는 태초의 탄생과도 같은 느낌을 발하게 한다. 작가는 여기서 기억과 시간의 변증법적 관계뿐 만 아니라 ‘시간대 공간 개념’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도를 보여준다.김도명의 작업 중 ‘원과 퇴적된 쇠 봉’은 그의 시간대 공간 개념‘에 대한 시각적 재현이다.분절되고 퇴적된 쇠 봉들은 기억의 편린으로서- 이것은 작가의 경험적 시간을 의미하며 현재를 가능케 한 과거이다. 그러한 작가의 기억들은 시공간을 넘어 작가자신으로서의 커다란 원으로 재현된다. 김도명의 이러한 시간, 기억, 공간에 대한 탐구는 꾸준한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CD기둥’이라는 작업을 통해서도 그는 4333개라는 CD를 쌓음으로서 명쾌히 이러한 논제에 대한 집합적인 해석을 보여주었다.김도명의 최근작 ‘흙으로부터 피어나는 새싹’(편의상)이 발표되기 전까지 그의 앞선 작업들은 기억의 편린처럼 현재를 지탱케 하는 과거와 같이 꾸준히 기억과 시간을 반복하고 있음을 간과 할 수없다.김도명의 작품들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소박하고 순수한 표현이 깃들여져 있다.진솔한 삶의 자세와 그에 상응하는 매체의 선별은 경이로운 감마저 들게 한다.그러나 작가 김도명은 설치 아닌 조각 작품을 보여줌으로서 작가로서의 상상력에 스스로가 보이지 않는 한계를 긋는 듯 하여 아쉬운 감이 남는다.산문처럼 이야기하듯 풀어나가는 작가의 회화작업이나 설치작업들은 그가 겪은 경험처럼 부드럽게 관객들에게 흡착되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의 견고하고 짜임새 있어 다부지기까지 한 조각 작품들은 딱딱한 논문처럼 그의 삶에서 튕겨나가는 듯하여 아쉽다.사고의 흐름이 고여, 허구나 괴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유행성 작가로서가 아니라, 생명력 있는 작가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박제성 2002.4월